- [뉴 삼성 시대가 온다] ②
사법 리스크 끝났지만, 밀린 과제 수두룩
컨트롤타워 부재에...미전실 부활 가능성도

약 5년에 가까운 법적 공방이 마침표를 찍은 순간이다. 이번 대법의 확정 판결을 통해 이재용 회장은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졌다. 이 회장이 ‘사법 족쇄’에서 벗어나면서, 덩달아 국내외 시장은 삼성이 ‘뉴 삼성’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행사인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등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귀국 당시 이 회장이 뱉은 말은 “열심히 하겠다.”였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대하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이른바 ‘뉴 삼성’의 신호탄이었다.
돌아가는 ‘뉴 삼성’ 시계
이번 대법 확정 판결은 단순한 승소가 아니다. 사법 리스크가 제거되는 마지막 관문이자, 이 회장이 지난 몇 년간 겪어온 '사법 족쇄'의 제약을 해소하는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총수 재판은 그동안 삼성의 주요 의사결정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뉴 삼성’은 단순 선언을 넘어 실체로 검증을 받아야 할 대상이 됐다. 삼성은 그간 ▲준법경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 ▲조직문화 수평화 등을 내세워 왔지만, 총수 부재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 선언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대형 인수합병이나 신사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내부 권한 재편 등 중대한 결정을 실행하기엔 구심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법 판결을 기점으로 이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 복귀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긍정적인 평가와 달리, 과제도 산적해 있다. ‘뉴 삼성’의 가장 큰 시험대는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 파운드리의 시장 점유율은 7.7%다. 대만 TSMC(67.6%)에 비해 무려 60%포인트 이상 뒤처져 있다. 중국 SMIC(6.0%)와의 격차도 단 1.7%포인트로 좁혀졌다.
수율 개선도 숙제다. 수율은 웨이퍼 한 장에서 실제로 정상 작동하는 칩의 비율을 말하는데, 이 비율이 낮으면 생산량 대비 판매 가능한 칩이 줄어들고, 전체 원가 부담이 커져 적자가 커지거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2nm(나노미터) 공정의 최신 수율(yield)은 약 30~40% 사이, 3nm는 50% 안팎 수준이다. 이른바 ‘2나노’로 불리는 2nm 공정은 반도체 회로 선폭이 1나노미터(10억 분의 1미터) 수준까지 미세화된 제조 기술을 의미한다. 3nm 공정은 2nm의 바로 전 세대 기술이다.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같은 크기의 칩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다.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비는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반도체 경쟁의 핵심 기준이 된다. 물론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제조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삼성이 ‘2나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3nm에서 극복한 수율 문제 경험을 2nm에 적용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또 다른 과제는 외연 확장이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단행한 대형 인수·합병(M&A)은 2016년 하만(Harman)이었다. 이후 9년 가까이 의미 있는 M&A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총수가 적극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만큼, 삼성의 포트폴리오 재편도 자연스럽게 정체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사법 족쇄가 풀린 지금, 삼성은 다시 한 번 전략적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됐다. 재계 안팎에선 이재용 회장이 바이오·인공지능(AI)·로봇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빅딜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은 2023년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투자, 2024년 옥스퍼드 나노포어 기술 제휴, 2025년 미국 AI 스타트업 젤스(Gels) 투자 등을 단행하며 예열을 마친 상황이다.

미래전략실 부활도 점쳐진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해체된 미래전략실의 공백은 단순한 조직 축소가 아니었다.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은 방향 제시, 이해관계를 조정 및 최종 결정을 내리는 ‘컨트롤타워’의 역활을 수행했다. 미래전략실이 사라지면서 조직 최고 결정 기관이 사라진 셈이다.
대신 각 사업부는 테스크포스(TF) 체제로 전환됐고, 전략·인사·M&A·위기 대응이 모두 분산됐다. 표면상으로는 자율과 책임의 분권형 구조지만, 실상은 ‘누구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구조’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업계에선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삼성 내부에서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온 조직이 재부상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공식적으로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 차원의 전략 조정 조직이 사라졌지만, ‘TF’이라는 이름 아래 이재용 회장의 판단과 연결되는 창구 역할을 해온 조직이 내부에 존재해왔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안에는 ‘TF’이라는 이름으로 일정 부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조직이 실제로 존재해왔다”며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의 전략 방향이 모호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전략 조정 기능이 일정 수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 이 조직이 공식화되거나 전면화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면서도 “다만 현재 내부 의사결정 체계가 일정 부분 안정된 만큼, 과거 미래전략실처럼 그룹 전체를 관장하는 형태의 컨트롤타워를 당장 재신설하는 것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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