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전 대국 인도]①
도시화·중산층 소득 증가 빨라지는 인도
가격 탄력성 높은 시장...다양한 품목 투입돼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도 가정용 가전 시장 규모는 224.5억달러(한화 약 3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성장률(CAGR)도 7.2%로 관측돼, 오는 2030년까지 약 336.3억 달러(약 46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외 가전 기업들이 인도를 놓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팽창하는 인도의 도시들
꾸준한 상승세의 기저에는 인구 구조·소비 지형·기술 수용성 등이 깔려있다. 글로벌 통계 데이터 플랫폼 매크로트렌즈(Macrotrends)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인도 도시 인구는 약 5억2294만명으로 전년(5억1132만명) 대비 2.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사이 약 220만명이 새롭게 도시로 유입됐다는 뜻이다.
이 같은 성장 흐름이 약 10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인도의 도시화 속도가 향후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36년에는 도시 거주 인구가 6억명, 전체 인구의 40%에 이를 것이라는 수치도 제시했다. 이는 2011년 기준 약 31% 수준에 머물렀던 도시 인구 비중이, 25년 사이 9% 포인트 이상 늘어난다는 의미다.
도시화 전망은 단순한 인구 흐름을 넘어 소비 패턴 변화를 내포한다. 도시로 이동한 인구는 전기·수도·인터넷 등 인프라 접근성이 높아지고, 소득 수준도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가전·주거·디지털 기기 등 내구재 소비 확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인도 정부도 가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에어컨·LED 부품 등 백색가전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 프로그램을 추가 공고하며, 제조 역량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코트라(KOTRA) ‘2024 인도 진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PLI 확대에는 LG전자, 다이킨(Daikin), 미디어(Midea) 등 글로벌 가전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 내 기존 생산거점을 확대하거나 신규 투자를 검토 중이다.
해당 인센티브는 일정 생산 실적을 달성한 기업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현지 생산을 유도하고 산업 고도화를 지원하는 핵심 정책이다. 특히 에어컨 핵심 부품인 열교환기와 압축기, LED 라이트 구성품 등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서, 부품단까지 현지 조달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렇듯 인도는 수요가 도시화와 중산층 성장에 의해 급격히 커지고 있고, 공급은 정부 주도의 인센티브와 기업의 직접 투자로 기반을 갖추는 중이다. 이 양방향 구조가 바로 인도를 가전 산업의 ‘도약대’로 만드는 배경이다.

물론 인도의 상황이 항상 장밋빛은 아니다. 인도는 가전 기업에 있어 유망한 신흥시장인 동시에, ‘난이도가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표면적 수요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진입의 문턱은 낮지 않다. 무엇보다 가격 민감도가 그 첫 번째 장벽이다.
한 글로벌 컨설팅사는 인도를 ‘세계에서 가격에 가장 민감한 소비자 집단을 가진 나라’라고 분석할 정도다. 동일한 사양의 제품이라도 5% 이내 가격 차이에서 구매 결정이 갈린다는 것이다. 이는 겨우 1만~2만원 내외의 가격 차이만으로도 구매자가 이탈할 수 있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칸타(Kantar)에 따르면, 인도 소비자의 62%는 가전 등 고관여 상품을 구매할 때 “할인이 적용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응답했다. 브랜드보다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소비 성향은 ‘글로벌 프리미엄’ 전략의 단일화 접근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두 번째 과제는 서비스 인프라다. 인도 내수시장의 팽창은 비단 대도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의 구매력이 상승하면서, 수요는 전국 단위로 확산 중이다. 그러나 설치 및 사후관리 인프라는 지역 간 편차가 크다. 단순한 판매망 확보를 넘어, 물류와 수리, 고객지원 기능이 통합된 거점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쉽게 무너진다.
세 번째는 정책 리스크다. 인도는 에너지 효율에 민감한 국가로, 냉장고·에어컨 등 주요 가전제품에는 국가 에너지 효율 인증제도(BEE Star Rating)가 의무 적용된다. 에너지 효율 등급에 따라 판매 가능 여부는 물론, 소비자 선택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수입 관세,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 품목별 인허가 정책 변화까지 겹치면, 진입 장벽은 기술이나 브랜드를 뛰어넘는 수준이 된다.
이렇듯 ‘도시화’와 ‘중산층 확대’가 수요의 청신호라면, 가격·서비스·정책 등의 변수는 공급 전략의 적신호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부르지만, 진입에 주저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정밀한 현지화와 다층적 대응력 없이 인도 시장에서 ‘프리미엄’은 유지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이 인도에 상장하거나, 직접 투자를 확대하는 등 실제 움직임이 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라며 “이는 ‘인도의 재발견’인 셈인데, 인도 시장은 공급망 다변화와 판로 확대 측면에서 반드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도 소비자들은 5000원 차이에도 민감할 만큼 가격 탄력성이 큰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프리미엄급 제품은 높은 가격에 걸맞은 완벽한 사후관리(AS)와 품질을 제공하고, 동시에 중저가 브랜드 모델도 함께 투입해 다양한 계층과 소득층을 아우르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며 “한국 브랜드는 이미 일정 수준의 인지도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고 있으므로,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를 활용하면서도 제품군의 다양화에 나서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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